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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문화 캐릭터화… 애사심 팍팍

50주년 엠블럼에 가족애-꿈 담아

‘생산성 높이기’ 캠페인도 시각화

《아주그룹의 사내() 보고서는 조금 독특하다. 손으로 지구, 종이비행기, 하트 등을 들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가 보고서 표지에 첨부된 것들이 많다. 사원들은 보고서 본문에도 내용에 맞는 캐릭터를 배치해 맵시를 내곤 한다. 회사는 머그컵, 포스트잇 등 사무용품에 캐릭터를 붙여 배포할 계획이다. 이 캐릭터는 아주그룹이 지난해 말 기업문화를 체계화한 ‘아주 Way’를 만들면서 처음 등장했다. 아주 임직원이 갖춰야 할 5가지 핵심가치(인재, 존중, 혁신, 열정, 성장)를 정하면서 각 가치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반응도 좋다. 그룹 계열사인 대우캐피탈의 혁신추진팀 장현영 사원은 “혁신이라는 딱딱하고 어려운 단어도 캐릭터로 접하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캐릭터를 볼 때마다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경영이념 공유하고 브랜드 인지도 높여

최근 기업들이 사원들과 경영이념을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가치와 문화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 및 사업 다각화로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디자인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KCC와 교보생명은 각각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엠블럼을 발표했다. KCC는 ‘50’이라는 숫자를 활용해 태양을 품에 안고 다시 일어서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향후 정밀화학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엠블럼을 통해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사내 안팎에서 받았다. 

교보생명도 숫자 ‘50’을 부각시키면서 ‘0’ 안에 가족, 꿈, 사랑이란 단어를 넣었다. 보험회사답게 ‘지켜주겠다’는 따뜻한 느낌과 올해 강조하고 있는 가족애를 시각화했다는 평을 들었다.

웅진그룹은 올해 1월 새 기업이미지(CI)를 선보이면서 영어 사명() 주위에 아기자기한 아이콘 6개를 배치했다. 아이콘은 웅진의 경영이념인 일 사회 변화 조직 도전 고객사랑을 각각 나타낸다. 이를 통해 웅진은 사원뿐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경영이념을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 시각화의 힘!

효성과 삼양사는 사내 캠페인을 벌이면서 각종 시각화 작업을 병행했다. 

효성은 올해 조직문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책임지는 효성인’을 주제로 포스터를 만들어 1층 로비와 사무실, 엘리베이터 옆 등에 붙였다. 지난해 12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효성 사원들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기질이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삼양사도 연초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업무 생산성을 30% 향상시키자’는 ‘Value Up 30’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모든 층의 엘리베이터와 사무실에 관련 포스터를 붙였다. 화장실에는 최고경영자(CEO)의 간결한 메시지를 그래픽과 함께 ‘CEO 메시지’로 만들어 붙였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 박상훈 사장은 “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시각적인 도구를 사용한 커뮤니케이션이 6배 이상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고객은 무형의 가치나 이념보다 시각화된 메시지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