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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날이다. 당시 각 신문 1면 광고는 삼성그룹과 SK그룹이 독차지했다. 그런데 두 그룹의 광고 내용이 아주 대비됐다. 삼성그룹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며 간단하게 메시지를 넣었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광고였다. 반면 SK는 2월 달력 그림 하나 넣고, 25일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이렇게 메시지를 담았다. 

“30년 전 오늘 가난한 나라로 기억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20년 전 오늘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10년 전 오늘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월 25일 오늘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이라는 딱딱한 행사에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SK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최태원 회장부터 브랜드 마니아 

SK그룹은 브랜드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인다. 국내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팀급을 넘어 임원급으로 격을 높인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만들었을 만큼 관심이 대단하다. 물론 최고경영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최 회장은 2004년부터 지주회사체제로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기로 한 뒤 기회 있을 때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기업문화, 브랜드, 인적 역량이 성과창출의 원천이자 결과다. 이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창출해낸다고 믿는다.”(올해 신년사) 

“그룹 운영에는 두 가지 포커스가 있다. 바로 브랜드와 기업문화다. 브랜드를 공유한다는 것은 SK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것이고 고객을 공유하는 것이다.”(올 1월 10일 사내 방송 ‘회장과의 대화’에서) 

이뿐 아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개최된 그룹 CEO 세미나에서 SK 경영관리체계(SKMS), SK 인재와 함께 SK 브랜드를 그룹의 3대 핵심자산으로 강조했다.

SK가 이처럼 열심히 브랜드 관리에 나선 데는 그룹 지배구조체제를 바꾼 영향이 컸다. SK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네트워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하나로 묶어내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의 핵심 고리가 브랜드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브랜드 관리의 주체는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와 브랜드관리위원회다. 박영호 SK주식회사 사장이 ‘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권오용 브랜드관리실장(부사장)이 위원회 간사로 실무 전략을 짠다. 요즘 박 사장과 권 부사장은 기업이미지(CI)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SK그룹은 지금까지 2차례 CI를 바꿨다. 98년 외환위기 직후 ‘선경’에서 ‘SK’로 CI를 변경했다. 당시 슬로건으로 내건 ‘고객이 OK할 때까지 OK!SK!’는 지금까지도 소비자 뇌리에 강하게 각인됐을 정도다. 

그 뒤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바꾸면서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로 수정했고, 2005년에는 ‘고객행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SK 행복날개’ CI를 개발했다. ‘SK 행복날개’의 경우 브랜드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2007년 인지도 99%, 선호도 70%를 달성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받는다. 

브랜드관리위원회에서 총괄 

SK그룹 브랜드관리위원회의 역할은 뭘까. 

2005년 CI를 새롭게 정립하고 브랜드관리시스템(BMS・Brand Management System)을 가동하면서 브랜드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박영호 사장이 위원장인 이 위원회는 SK를 사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요 12개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총괄 실무임원으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의 경우 브랜드 비중이 커 이항수 담당, 서정원 담당 등 3명이 참석하고 다른 계열사의 경우 1명이 배석한다. 공식회의는 분기당 한 번이지만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브랜드관리위원회에서는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원칙을 세우고 적용하는 게 주 업무다. 권오영 SK 브랜드관리실 부장은 “과거 SK 브랜드는 계열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무분별하게 적용됐던 측면이 있었지만 현재는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정립해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브랜드관리위원회가 수행한 첫 번째 작업은 SK 브랜드 정체성(BI・Brand Identity)을 확립하는 것. 그 결과, ‘전문가적인 기업가정신과 고객 지향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SK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했다. 최종적으로는 ‘SK=고객 행복’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게 목표다. 

계열사 간 사용 원칙도 확립했다. 현재 계열사에서 기업과 제품 이름에 SK 브랜드를 사용할 때는 브랜드관리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권오영 부장은 “브랜드 사용심의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전 직원들이 브랜드 사용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SK는 계열사별로 브랜드 관리 성과를 반영해 경영평가와 연계한다. 

지주회사에서 브랜드를 총괄하지만 계열사별로도 브랜드 팀에 힘을 실어준다. 예를 들어 주력 기업인 SK텔레콤은 박혜란 실장이 이끄는 브랜드 전략팀이 T브랜드 캠페인을 이끈다. 박 실장은 “통신 서비스는 소비자와 24시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아주 중요하다. T브랜드를 통신은 물론 무선인터넷, 동영상, 쇼핑, 게임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브랜드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높은 인지도 강점 

그렇다면 SK 브랜드관리실에서 보는 SK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은 뭘까. 

강력한 인지도와 선호도는 내세울 만한 경쟁력이다. 2000만명이 가입한 SK텔레콤은 브랜드를 전파하는 강력한 무기다. SK주유소 같이 고객접점이 많은 사업도 브랜드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권오영 부장은 “휴대전화 서비스는 가전이나 자동차에 비해 제품 교체 시기나 신제품 개발주기가 짧아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약점도 있다. 눈에 딱 띄는 제품이 없다는 게 한계다.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같은 제품이라면 시각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다. 볼보가 ‘안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눈으로 직접 보이는 ‘두툼한 강철 프레임’이 한몫했다. 하지만 SK그룹은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외하면 B2B(기업간거래) 모델이 많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 또 주력산업인 정보통신과 주유산업 서비스가 늘 접하는 일상재(Commodity)가 돼 브랜드 이미지가 고루해질 위험도 있다. 여기에 국외 사업이 별로 없는 터라 국외 시장에서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게 고민이다. 

인터뷰 / 권오용 SK브랜드관리실장(부사장) 

◆ ‘SK=행복’ 이미지 만들고 싶다 

▷ 최근 공익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많이 내보내는 것 같다. 브랜드 이미지를 그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 SK 브랜드 핵심가치는 ‘행복’이다. 지난해 새롭게 ‘OK! Tomorrow’ 광고를 시작했다. 평범하고 상투적으로 보이는 일상에서 행복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실패나 헤어짐, 슬럼프 같이 부정적인 삶이 행복한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뜻이다. 또 우리 주변에서 마음만 먹으면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많은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뜻도 담았다. 

이런 취지에 소비자들이 공감한 듯하다. ‘나눔’ 캠페인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선정한 ‘이 달의 좋은 광고’에도 선정됐다. 

▷ ‘SK’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라고 보나. 또 어떤 이미지로 SK를 만들고 싶은가. 

= 강력한 브랜드의 특징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보라면 볼보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안전’을 떠올린다. 현재 SK 브랜드는 고객 행복을 키워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앞으로도 ‘행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SK와 행복 날개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 브랜드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면. 

= SK는 큰 그룹이다. 때문에 그룹과 관계사가 공동으로 노력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다양한 관계사가 동일한 브랜드를 쓰고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쉽지 않다. 관계사별로 브랜드의 중요성이나 브랜드 사용 정도 등이 달라 이를 고려한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 SK마케팅앤컴퍼니가 설립됐다. 그룹 내에서 마케팅과 관련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브랜드 전략도 이곳에서 세우는 것은 아닌지. 

= 브랜드 관리는 정책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한 기업에 맡기기가 힘들다. 그룹 전체 브랜드 관리는 지주회사와 브랜드관리위원회에서 총괄한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64호(08.07.16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