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 기사입력 2008.09.22 03:01


[서울신문]못생겨서 오히려 더 귀여운 '네모 차'가 뜬다. 기아자동차는 22일 네모난 신차 '쏘울'을 공개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서부터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담당 부사장까지 신차 발표회장에 총출동한다. 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야심작임을 보여준다. 

쏘울은 국산차로는 처음 선보이는 '박스카'다. 네모난 상자(Box)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엄밀히 분류하자면 승용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이다. 기아차측은 21일 "국내에서도 슬슬 바람이 일고 있는 박스카의 인기를 선점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국내에 박스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일명 '이효리 차'라 불리는 일본 닛산의 '큐브'(1400·1500㏄)다. 연예인 이효리씨가 타기 시작한 뒤 TV 인기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직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서울 시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팔리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여기에 쏘울까지 가세하자 닛산코리아는 내년 초 큐브를 공식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초 큐브의 미국 진출이 확정된 상태라 한국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수출용 모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운전석이 왼쪽에 배치되기 때문이다.1990년대 중반 출시된 큐브는 박스카 디자인을 처음 유행시킨 모델로 평가된다. 이후 도요타의 'BB'(1300·1500㏄), 혼다의 '댓츠'(경차)가 나오면서 일본시장에 박스카 붐을 일으켰다. 

도요타코리아측은 "아직 BB를 한국에 들여올 계획은 없지만 국내시장에서 박스카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스카의 인기비결은 우선 '독특하고 귀엽다.'는 데 있다. 유선이 대세인 자동차 디자인에서 무뚝뚝한 직선을 썼다. 예전 같으면 "못생겼다."고 외면받았겠지만 워낙 날렵한 곡선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져 있다 보니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라는 게 박스카 옹호론자들의 얘기다. 

보기보다 넓은 실내공간도 인기요인이다. 닛산측은 "반듯하다 보니 유선형 차량보다 공간 활용성이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인기 박스카들은 너무 작아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점을 감안, 쏘울은 크기(준중형,1600·2000㏄)를 키웠다."시장과 타협하면서도 박스카의 매력은 그대로 살렸다."는 게 기아차측의 설명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스카는 정면이나 측면의 공기 저항이 커 강풍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