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핸드백(모델명 145857fafnr8588)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판매가는 61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일본 미쓰코시백화점 신주쿠점은 같은 제품을 7만엔(58만2302원,20일 환율 기준)에 팔고 있다.

일본 최대 병행수입 업체인 엑스셀(X-Sell)의 판매가격은 5만9700엔(49만6620원)이다.

한국보다 평균 물가가 훨씬 비싼 일본에서 해외명품은 어떻게 더 싸게 팔리고 있을까.

답은 '활성화된 병행 수입(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다.

병행수입이 발달한 덕분에 구찌재팬과 같은 공식 수입사가 터무니없는 마진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10조원에 달하는 일본 명품시장 중 절반은 병행수입을 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시장 병행수입 바람?

한국의 명품 시장은 병행수입이 넘볼 수 없는 '금단(禁斷) 구역'으로 통한다.

병행수입 시장의 규모가 미미할 뿐 아니라 '짝퉁 천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탓에 루이뷔통코리아,구찌코리아 등 직수입 판매업자의 힘이 막강하다.

GS이숍 등 인터넷 쇼핑몰들이 프라다,구찌,펜디,페라가모,셀린느,에트로,버버리 등의 신상품을 철마다 병행수입으로 들여오고 있기는 하다.

금강제화도 올해 처음으로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구두 6000족을 본사 외 다른 유통경로로 수입해 싸게 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브랜드 본사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 주기 때문에 명품 본사들이 병행수입을 묵인하고 있긴 해도 원칙적으론 공식 유통 외 다른 경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병행수입 시장은 워낙 커 못 건드리지만 한국에서는 '짝퉁' 시비를 걸어 병행수입 업체들을 압박하곤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금강제화가 자사 매장에서 판매 중인 구찌 구두의 진품 확인을 요청받을 경우 구찌코리아는 물론 구찌 본사로부터 어떤 증명도 받아낼 수 없게 돼 있다.

구찌 구두를 가져온 병행수출 업체를 밝혀 진품을 증명할 경우엔 구찌 본사로부터 해당 유통 경로를 차단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5년 한 TV 홈쇼핑 업체가 병행수입한 페라가모 구두를 파는 과정에서 페라가모코리아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 사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품 철수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공정위,'예의 주시'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외국 자동차 병행수입을 계기로 고가 수입품의 '가격 거품'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품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병행수입 업체가 진정 상품을 들여오는 데도 구입 경로를 알아내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표권자의 행위는 엄연히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2년 의료기기 회사인 엘알에스랩이 병행수입 업체의 영업을 방해하자 엘알에스랩을 제재하기도 했다.

'보따리상'이 대부분이던 병행수입 업계도 최근 들어 GS이숍,금강제화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상표권자들의 '횡포'에 맞설 만한 힘을 갖추고 있다.

GS이숍 관계자는 "현지 병행수출 업체가 브랜드 본사와 거래한 송장(invoice)의 진정성을 공증받기도 한다"며 "만일 '짝퉁'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병행수출 업체도 현지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짝퉁' 혼입에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