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2004-12-17 16:30]  

옷은 제2의 피부라는 말이 있다. 노화방지에 옷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옷의 기능은 보건 위생적 기능과 함께 사회적 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인 체온조절, 신체보호, 청결유지 등의 기능보다 자신의 개성표현에 치우쳐 자칫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10년이 넘도록 전통 우리 옷에 대해 연구해 온 이기연 질경이 사장은 옷만 제대로 입어도 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젊어지려면 좋은 옷을 선택하여 올바로 입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건강에 좋은 옷은 무엇이고 어떻게 입어야 건강한 것일까.

피부과 전문의들은 옷이 갖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옷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바로 체온유지기능이다. 인간의 몸은 적당한(36.5℃) 체온을 통해 혈액순환이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없을 때 외부 온도가 26℃ 이면 맨몸으로도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이 온도보다도 외부 온도가 낮을 때는 의복을 입고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26℃ 보다 높을 때에는 이것을 차단하는 의복을 입거나 혹은 피부 표면을 많이 덮지 않는 옷을 입어 열을 발산시켜 조절해야 한다.

꽉 죄는 옷은 건조성, 아토피성 피부염을 불러오거나 악화시킨다. 꽉 끼면 생식기도 문제다. 남성은 아랫도리 온도가 높아져 정자 생산에 지장을 받고, 여성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증식돼 질염 등의 염증을 가져온다.

쌀쌀한 바람 속의 미니스커트 배꼽티 등도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출로 인해 배가 차가워지면 설사 등 대장 기능 이상이 올 수 있기 때문. 미니스커트도 마찬가지. 겨울엔 여성의 생식기를 차게 해 생식 기능에 이상을 줄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엔 천식이나 찬 공기에 대한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은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자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 천식환자는 심할 경우 호흡곤란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히 마스크 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넥타이도 잘못 매면 큰 화를 자초한다. 넥타이를 너무 죄면 뇌졸중 위험이 생긴다. 녹내장에 걸릴 수도 있다. 목의 경부정맥을 압박해 눈에 피가 정체하게 되고, 그래서 안압이 상승하게 돼 녹내장이 생기는 것. 미국안과학회지에 따르면, 넥타이를 졸라맨 정상인과 녹내장 환자 모두 안압이 60~70%까지 상승했다. 화이트칼라 직장인과 목이 굵은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은 초기에 발견하면 괜찮지만 방기했다간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안압이 높거나,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40세 이상, 당뇨환자, 고도근시자는 넥타이 매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넥타이는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갈 정도로 매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말 신발 모자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환자에게 특히 양말 신발 선택은 중요하다. 말초혈관들에까지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처가 있을 때 꽉 죄는 양말과 신발을 신게 되면 발의 괴사를 초래한다.

꽉 끼는 모자는 모발 건강에 확실히 좋지 않다. 조이는 모자나 가발을 오래 쓰게 되면 탈모를 촉진한다는 미국 학회 보고도 있다. 모자를 꼭 쓰겠다면 가능하면 통풍이 잘 되는 걸 선택해야 한다.

수면 중엔 팬티를 아예 벗어 버리는 게 낫다. 팬티의 고무줄은 약한 힘이나마 늘 복부를 죄고 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장시간에 걸쳐 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무뿐만 아니고 팬티 전체에 의한 마찰도 스트레스가 된다. 팬티를 벗으면 몸의 혈행과 신진대사가 촉진된다. 혈행이 좋아지면 요통, 어깨 결림, 냉증, 치질, 저혈압, 불면, 신경통 등이 개선, 해소된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변비, 부종, 숙취 등을 방지할 수 있으며, 비만한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난다.

피부염 환자나 얼굴에 여드름이 많은 사람은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나 화학섬유로 된 옷을 피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면과 같은 천연소재의 옷으로 땀 배출이 잘되는 기능성 옷을 입어야 한다. 화학섬유가 피부를 자극해서 염증을 악화시킬 수가 있으며 여드름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더 커지고 많아지기 때문이다.

허리띠도 중요하다. 너무 조이는 허리띠는 하지정맥류의 원인을 제공한다. 다리에서 복부를 지나 심장으로 가는 큰 정맥을 누르게 된다. 정맥혈이 심장으로 향하지 못해 다리에 몰려 고이게 되고, 고인 혈액과 발끝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만나 혈관이 부풀어 올라 피부 위로 구불구불 도드라진다. 임산부가 정맥류에 쉽게 걸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옷 하나 바꿔 입는다고 만병통치의 효능까지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골라 올바로 입는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몸을 못 살게 굴면 건강을 잃는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첫 걸음이 잘 입는 것이란 게 전문가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규성 기자(keeper11@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