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소문자가 제격입니다 ."

지난 1일자로 42년 동안 사용해온 대문자 CI(Corporate Identityㆍ기업 이미지 통합)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오영교 KOTRA 사장의 말이다.

KOTRA는 CI를 변경하면서 함께 사용해 오던 '관(官) 냄새' 가 물씬 나고 딱딱 하기 짝이 없는 심벌마크도 역사 속에 묻었다. 대신 소문자 중심으로 일체형 C I를 도입했다.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삼양사도 과감하게 '구시대 유물' 과 작별을 고 했다. 대신 산뜻한 컬러로 새로운 소문자 CI를 도입했다.

바야흐로 '소문자 CI, 소문자 브랜드 시대' 가 열리고 있다.

◆ 급속히 확산되는 소문자 CI 바람=한 브랜드 네이밍 업체에 따르면 현재 등 록된 CI 중 소문자 CI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고객 중심적 CI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CI 변경시 소문자를 도입 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노스웨스트항공은 지난해 10월 '플라잉 스마트(Flying Smart)' 라는 슬로건과 함께 소문자로 된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노스웨스트항공 관계자는 "기존의 무겁고 오래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표현한 것" 이라고 말했다.

은색ㆍ빨강ㆍ검정 세 가지 색깔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CI는 변화하는 다양한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차별성이 돋보인다.

기업 CI가 아닌 브랜드에서 소문자가 본격 도입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랜드(제품명)=기업명' 인 기업이 확산됨에 따라 CI 소문자 화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업명과 브랜드간 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 인텔(intel)과 아이와(aiwa) 등이 좋은 예다.

◆ 고객 중심 경영 패러다임 변화 반영=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일까.


남상민 제일기획 수석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가독성" 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소문자로 접근해 부드럽고 창의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설명 이다.

남 수석은 "경직성이 강한 대문자와 달리 소문자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운영의 폭이 넓다" 며 "회사명이 길 때 소문자 CI를 제안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로텔레콤과 삼양사는 소문자 CI를 도입하면서 일부 디자인을 가미 해 자연스럽게 심벌마크화했다.

소비자에 대한 '친근감' 과 '신뢰감' 이 기업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것과도 무 관하지 않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인 인피니트 신민석 대리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회사 규모를 강조하기 위해 대문자 위주로 된 CI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고 객 기반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과거 특정 제품 위주로 등장했던 소문자 브랜드는 이제 백화점 상호로도 등장 했다.

한화유통이 운영하고 있는 콩코스(concos). 지난해 12월 오픈한 콩코스는 갤러 리아백화점 계열이지만 서울역점은 이름을 콩코스로 지었다.

한화유통 관계자는 "중앙광장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course' 에서 발음을 따온 이름으로 서울역처럼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갤러리아백화 점과 차별화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 이미지 전달 극대화에 유리=이러한 경향이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업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98년 씨티은행 모기업이던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이 합병한 씨티그룹은 소 문자 CI 도입에 있어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휴랫패커드(HP) 하나로텔레콤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도 빠르게 변화를 실천한 기업들이다.

지난 6월 초고속 통신회사에서 종합 멀티미디어사로 변신을 다짐하며 CI를 변 경한 하나로텔레콤은 '허밍버드(벌새)' 를 소문자 CI에 녹여 '신속, 민첩함' 이라는 통신회사 특성을 극대화시켰다.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는 업종이 주는 무거운 느낌과 공기업 이미지를 소문 자 CI를 통해 불식시킨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LG애드 안광현 씨는 "최근 들어 이니셜 명칭을 쓰기보다 풀네임을 풀어 쓰는 기업들이 생기는 것도 특징 중 하나" 라며 "글자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CI를 소문자화하고 회사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