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05-04-12 07:44]  

[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래미안, 자이, e-편한세상, 푸르지오, 더샾, 아이파크, 스윗닷홈, 어울림, 센트레빌…' 그야말로 아파트 브랜드 전성시대다. TV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아파트 브랜드 광고가 줄지어 나온다.
대부분의 광고가 건설회사보다는 브랜드 알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인들이 회사 이름은 몰라도 아파트 브랜드는 쉽게 인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아파트 도입 초기에는 아파트 앞에 지역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광복 이후 처음 지어진 서울 종암아파트(58년)를 비롯해 마포아파트(62년) 한남동 외인아파트(69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1970년대 들어서는 건설업체가 늘고 아파트가 단지화되면서 건설회사 이름을 따다 붙인 아파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현대건설이 1975년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처음 사용했고, GS건설(옛 LG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은 1980년 럭키아파트를 선보였다. 이후 쌍용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이 회사명을 붙인 아파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가 대형화, 고급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브랜드 개발 경쟁이 벌어졌다. 외환위기로 건설업계 불황이 거세지면서 '집을 잘 짓는 것' 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쉐르빌'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삼성물산 '래미안', 대림산업 'e-편한세상', 롯데건설 '캐슬' 등이 잇따라 선보였다. '참이슬'과 '새우깡'에 소주나 과자라는 명칭을 따로 붙이지 않아도 쉽게 인식하듯이 아파트에도 '아파트'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게 된 것이다.

◇사회상을 반영한 브랜드 1990년대말~2000년대초 도입된 브랜드를 살펴보면 유난히 '~빌' '~빌리지' 라는 브랜드가 많다. 아파트라는 명칭이 빠진데 따른 위험요소를 줄이는 한편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동부건설 '센트레빌', 성원건설 '상떼빌' 동일토건 '하이빌' 현진종합건설 '에버빌' 등이 해당한다. 금호건설의 경우 현재는 '어울림'으로 브랜드를 교체했지만 몇 년전까지만해도 '베스트빌'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환경과 조망권 등이 아파트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등장한 브랜드들이 바로 '~힐' '~뷰' '~파크' 등이다.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SK건설 '뷰', 동문건설 '굿모닝힐' 등도 이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팰리스' '~캐슬' 등이 유행 코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강남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이후 '루체팰리스' '로얄팰리스' 등도 잇따라 등장했다.

영문 일색의 브랜드가 식상하면서 한글을 비롯해 '한글+한자' 형태의 브랜드도 쏟아졌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 대우자판 '이안', 한화건설 '꿈에그린' 등이 대표적인 한글 브랜드이고 삼성물산의 '래미안', 롯데건설의 '낙천대', 한국토지신탁의 '코아루' 등은 한글과 한자를 합성한 브랜드이다.

최근에는 GS건설 '자이(Xi)'나 포스코건설 '더샾(the #)', 금호건설 '어울림([∂]ullim)' 등과 같이 기호를 포함한 브랜드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첨단 네트워크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도시적이고 깔끔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동덕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채 완 교수는 한 학술대회 연구 발표를 통해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본격화된 후 아파트 이름에는 현대 한국인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면서 "최근 개발되는 브랜드일수록 웰빙, 첨단시스템 등 우리 사회상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나날이 높아지는 브랜드 가치 소비자들에게 아파트 브랜드 중요도는 어느 정도일까.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신규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선택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는 '교통편리' '투자가치'보다도 우선 고려 대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중요시하는 것은 브랜드가 향후 아파트 시세를 좌우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건설사가 지은 브랜드 아파트와 중소건설사가 지은 브랜드 아파트의 평당 가격 차이는 무려 100만원에 달한다.

실제로 같은 택지지구, 같은 평형 아파트라도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00년말 입주를 시작한 구리 토평지구내 '대림영풍'과 '영풍마드레빌' 아파트가 대표적인 예. 대림산업과 영풍산업이 공동 시공한 34평형에는 프리미엄만 2억원 이상 붙어 있지만 영풍산업이 단독 시공한 32평형의 웃돈은 1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아파트 단지 이름을 최근 브랜드로 바꿔달라는 민원도 많다. 기존 '삼성'아파트는 '래미안'으로, 'LG빌리지'는 '자이'로, '선경' 'SK'는 'SK뷰'로, '대우'는 '푸르지오'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롯데낙천대'의 경우 고급스런 이미지의 '롯데캐슬'로 업그레이드 시켜달라는 주문이 봇물을 이뤘다.

최근 건설사들의 브랜드 교체 바람도 아파트 시장에서 브랜드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는 곧 분양가 책정 기준인 동시에 시장 가격 형성 요소"라며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해야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복규기자 clio@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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