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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출범 10주년을 맞아 푸른색 글씨로 쓴 `HYUNDAI MOTOR GROUP`이라는 통합 CI(Corporate Identity)를 공표한다. 

기존에 `현대ㆍ기아차`를 대표하는 CI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푸른색 `H` 마크와 기아차의 빨간색 `KIA` 마크가 나란히 배치된 것이었으나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캐피탈 등 나머지 계열사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전문그룹의 상징물은 없었다.현대자동차그룹 측은 이에 따라 `HYUNDAI` 글씨 밑에 푸른색 줄을 긋고 작은 글자체로 MOTOR GROUP을 쓴 CI로 전체 그룹을 대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강조한 로고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1일 출범 10주년을 맞아 이 CI를 공개하고 2020년 비전을 선포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행사 시작 직전 돌연 취소했다. 

1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에서 현대ㆍ기아차그룹으로의 계열 분리를 공식 승인한 날이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42개 전 계열사 대표 등 600여 명의 임직원은 이날 오전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모여 10년을 기념하고 향후 10년에 대한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룹 출범 10년 만에 세계 9위에서 5위로 도약한 임직원의 노고를 격려하고 앞으로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 등을 제시할 자리였지만 행사가 기약 없이 연기됐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의 뜻에 따라 어젯밤 늦게 기념식 취소 결정이 내려졌으며 오늘 아침 최종 통보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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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계열사 사장단조차 행사가 예정된 오전 9시로부터 불과 한두 시간 전에 취소 통보를 받아 양재동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는 등 혼란을 겪었다. 본사 사옥 곳곳에 마련된 스크린과 플래카드 등은 행사 취소 통보 직후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현대차는 행사가 취소된 표면적 이유로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 분위기를 들었다. 최근 대기업의 `승자 독식`을 경계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자칫 현대차가 나 홀로 잘나가고 있다는 듯한 메시지로 비칠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루 이틀 준비한 행사는 아니지만 최고경영층에서 고민 끝에 행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향후 10년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며 행사 역시 조만간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집안잔치` 대신 진짜 부각되길 원하는 행사는 따로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에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 협약이 체결됐다. 현대차와 2700여 개 협력업체는 공정위원장 앞에서 현대ㆍ기아차와 협력업체 간 상생은 물론이고 1차 협력업체와 2ㆍ3차 협력업체 사이에도 상생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전날 기아차 노사가 파업 없이 극적으로 임금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2일 노조의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에 준하는 1500만원 `플러스 알파`를 얻었지만 일부 노조원이 여전히 타임오프제에 반대하는 강경 기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게다가 양재동 본사 앞에서는 기아차 하도급업체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노숙 투쟁이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현대차는 향후 과제를 친환경차 개발과 자원순환형 자동차그룹 효율성 증대, 브랜드 가치 상승 등으로 설정하고 세부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