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기능을 쉽게 알 수 있는 기존 이름 대신 불명확한 영문 이름을 기업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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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들은 국제화 시대에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불필요한 예산 낭비에다 국적불명의 용어를 남발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2년 동안 공기업들은 ‘과거 관급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로 많게는 수십억원대 비용을 투입해 ‘기업통합 이미지(CI·기업 로고)’를 교체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월 CI를 ‘이엑스(EX)’로 교체하면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사 측은 용역 비용으로만 1억8000만원을 썼고, 시설물이나 서류 등 로고 교체 비용까지 수십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철도공사가 CI를 ‘코레일(KORAIL)’로 일원화하는 데 약 1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수자원공사는 ‘케이-워터(K-Water)’, 기업은행은 IBK, 서울시 산하 도시개발공사는 ‘SH공사’, 서울지하철공사는 ‘서울메트로’로 변경하면서 수억~수십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사는 2004년 3억원에 가까운 개발비와 홍보비를 들여 아파트 브랜드 ‘뜨란채’를 도입한 뒤 2년 만인 지난해 7월 ‘휴먼시아(Humansia)’로 변경하면서 교체 비용으로 3억5000만원을 썼다가 국회에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 공기업이 만든 CI는 국적불명의 언어로,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2005년 10월 CI를 ‘에이티(aT)’로 바꿨지만, ‘aT’를 농수산물유통공사로 아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EX, KORAIL, K-water, aT, IBK, SH공사’ 등 국적불명의 용어는 국민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국 예산감시팀장은 “공기업은 국민들을 위한 공익 기여와 서비스 향상이 주목적”이라며 “CI 교체에 투자할 비용을 공익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관철·박재현·윤민용기자 ok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