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iz_new_logo_46.jpg


허수빈 기자  입력 2012.05.07 07:47 (2일 전)

SBA 청년창업센터 3기 박나윤 스위트허밍 대표


 
박나윤 스위트허밍.jpg 손가락이 없는 피아니스트,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라면 포기했을 일을 해냈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들이 역경을 딛고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매일 영화 현장을 뛰어다니며 일하던 사람이 다리를 다쳐 이동할 수 없다면 어떨까. 당연히 영화 일을 그만뒀을 것이다. 하지만 박나윤 스위트허밍 대표는 꿈을 포기 할수 없었다.

 

박 대표는 영화업계에서 주목받는 특수분장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특수분장사의 꿈을 키워오다 맨몸으로 서울로 상경해 공부했을 정도로 열망이 컸다. 다행히 국내 굴지 영화사 시네엑스에 공포영화 특수분장사로 취직했다.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금세 영화업계서 많은 러브콜도 받았다. 송일곤 감독이 제작하고 감우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거미숲’을 비롯해 김규리 주연의 ‘가위’, 200만 관객을 동원한 ‘분신사바’ 등 수많은 작품에서 특수분장을 진행했다. 그는 “일이 즐거우니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었고 유명해졌다”고 설명했다.

 


 

◇ 고통 딛고 이룬 꿈

 

이렇게 박 대표는 잘 나가는 특수분장사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촬영을 위해 지방으로 가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다리를 다쳐 수술했지만 8개월이 지나도 뼈가 붙지 않아 걷지 못했다. 치료를 했지만 지방촬영이 잦은 현장에서 일하기에는 무리였다.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진 탓에 복직도 어려웠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설탕공예를 배웠다. 설탕공예가 사용되는 곳은 주로 결혼식이나 돌잔치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박 대표는 “남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형물을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창업을 계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막상 창업하려니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다름 아닌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었다. 함께 설탕공예활동을 하던 지인이 SBA에 들어가서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SBA는 작업공간과 일정의 금액을 지원해줬고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강좌를 열어줬다. 때문에 막힘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돈 부담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 경험은 최고의 스펙

 

조형액자.jpg 그렇게 완성된 아이템이 베베프레임(아이얼굴조형액자)이다. 베베프라임은 부모가 아이의 사진을 보내주면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작품의 주재료는 오븐에 구워내는 폴리머클레이 점토다. 폴리머클레이는 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져 보관이 쉽고 표면이 부드러워 아기 피부 질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는 “폴리머클레이는 실제 아기 피부를 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라며 “특수분장사 경험으로 재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빠른 선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수분장사 경력이 있는 박 대표에게 재료를 선택하고 조형물을 제작하는 일은 예전 실력을 응용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재현이 아닌 ‘표정’이다. 각 아기만의 독특한 표정이나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어야 더 특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자연스러운 표정을 연출하기 위해 모형안구도 직접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구체관절인형 안구는 사람 눈 같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이 들고 특히 아이들의 눈은 어른보다 동공이 커서 더 부적합했다.

 

 

◇ ‘Baby 시장’은 성장 中

 

주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실제 아이의 얼굴과 똑같을뿐더러 일반적인 손발 도장보다 퀄리티도 높아 기념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엄마들은 아이의 탄생을 기념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다”며 “기념의 성격이 강한 만큼 고객 의견을 반영해서 결과물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샘플을 보여주고 컬러부터 액세서리까지 일일이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원할 때는 아기의 별명이나 머리카락, 탯줄도 넣어 액자를 제작한다.

 

경기는 나빠져도 스위트허밍을 찾는 고객들은 늘어나고 있다. ‘Baby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출산율은 저조하지만 아기에 대해 투자하는 정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유아용품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스위트허밍도 함께 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Q&A

 

 

Q 창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마케팅이 가장 힘들다. 판매루트도 많이 없고 초창기이다 거래에 필요한 정보와 스킬도 부족하다. 직판으로 판매할 경우 수입이 많이 남지만 오픈마켓에서는 수수료가 높아 실질적으로 적자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면 구매층이 한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안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홈페이지도 제작했다.

 

Q 창업하면서 무엇이 보람 있나.

 

A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일 행복하고 보람 있다. 사고로 일을 그만두고 재기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 조각이나 기술직에서는 여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취미 공예가 아니라 여성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번듯하게 대표로 인정받을만한 분야를 혼자서 만들었다. 스위트허밍은 내 꿈의 결과물인 셈이다. 힘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행복이다.

 

Q SBA가 창업하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

 

A 전문 강사분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교육을 해준다. 교육을 통해 여러 국가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신청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시도 해줬다. 일반적으로 전시 부스를 신청하면 100여만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전시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무료로 전시에 참여했고 그로 인해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중국과 일본, 영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보다는 해외가 수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다. 스위트허밍은 이메일로 사진만 보낸다면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해외진출에 유리하다. 중국은 1자녀 정책으로 자녀에 대한 사랑과 투자비용이 커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이미 아기전신모형을 만드는 시장이 자리잡혀있다. 한국고객은 세계에서 제일 까다롭다. 외국은 제품 전체를 보고 선택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구조, 재료까지 뜯어보고 이의를 제기한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외국진출은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국시장에서 입지가 굳어진 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시작할 것이다.

 

Q. 예비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A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사고가 났을 때 꿈이 없다는 게 얼마나 무료한 지 알게 됐다. 일이 힘들어도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 그것이 창업일 수도 있고 직장생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분야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고 싶다. 그래야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 내 삶도 윤택해지고 행복해진다.


원본링크 http://ubiz.mt.co.kr/articles/4490



박나윤대표가 들고 있는 액자사진 원본 

IMG_9357.JPG


예술의전당 전시회 액자속 사진 원본

IMG_9308.JPG


090110-IMG_857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