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기사 캡쳐 화면


지난달 뉴욕타임즈에 미국 스타벅스의 매장폐쇄 소식이 보도되었다.(http://www.nytimes.com/2008/07/02/business/02sbux.html?scp=16&sq=starbucks&st=cse) 매출이 높지 않은 매장 600개와 미국 전체 임직원의 8%에 해당하는 1만 2,000명(미국 임직원 8%)을 정리한다는 것. 스타벅스가 창립된 이래 최대 규모의 매장 축소와 인력 감축이다.우선 뉴욕시내 매장 10곳이 내년 3월까지 문을 닫는다. 언론들은 '신화'로 불렸던 스타벅스 커피는 맥도널드, 던킨 도너츠 등의 값싼 커피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물가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라떼의 하얀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던 '스타벅스의 신화'가 이렇게 꺼지는 것일까. 대답은 '노'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서는 매장과 직원을 정리하고 있지만,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이나 캐나다의 매장은 늘리는 등 해외시장 진출은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스타벅스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를 알 수 있다.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언론을 통해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723004005) 지난 1999년 7월 이대에 1호점이 열린 이래 259호점까지 늘어난 스타벅스는 올 하반기에도 점포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자장면 한 그릇값과 맞먹는 스타벅스 커피. '비싸다 비싸다' 하면서도 유독 한국에서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간 메신저와 전화를 통해 내 주변 자칭, 타칭 스타벅스 매니아들에게 "왜 스타벅스에 가는지" "커피가격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라고 물어봤다.

1. 스타벅스 커피 마시면 유학시절 추억이 떠올라

대학동창인 S군은 쉬는 날이면 한, 두시간은 스타벅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혼자라고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다. 라떼 한 잔 시켜놓고 "머리를 식히고" 나오는 게 전부다.

그는 '왜 하필 스타벅스냐'는 질문에 "스타벅스에 가면 학생 때 유학하던 생각이 난다"며 "그 커피향과 음악이 미국 유학시절 즐거웠던 추억을 바로 어제 일처럼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타벅스에 있다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직장 다니니까 옛날이 더 그립고, 그렇네. 그런 거 있잖아. 맛과 향기로 떠올리는 추억. 습관이 무섭다."

"그래도 커피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뭐 다방 가도 5,6천원 하지 않냐"면서 "매일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S에게는 스타벅스가 가격과는 상관없는 '추억의 책갈피'가 되는 셈이다.

2. 집 아래에 있어서 가요 

명동에 있는 스타벅스 촬영 : 오마이뉴스 박수원

은행에 근무하는 20대 여성 L양이 사는 오피스텔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그래서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는 꼭 들리게 된단다. 그 외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한다.

"눈에 보이니까 자주 가게되요, 집 앞이 아니더라도 스타벅스가 제일 많잖아요, 제일 오래됐고 그래서 친밀감도 더 생기는 것 같고... 아, 업그레이드 카드도 있어요."

역시 매장이 많아서 많이 가는건가. 쉬는 날에은 같은 건물에 있는 스타벅스에 내려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독서를 한다고 했다. "던킨이나 커피빈 같은 곳도 많지 않냐"는 질문에 "그래도 스타벅스가 커피맛이 제일 나은 것 같다"고 답했다.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3. 인터넷 하러 별다방으로~

B선배는 무선 인터넷을 하러 스타벅스로 간다고 말했다. 시원한 곳에서 컴퓨터를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 스타벅스가 많아서 사람 없는 매장도 쉽게 고를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잘 터지고 시원하잖아. 잘 찾아보면 인구밀도가 낮은 별다방도 얼마나 많은데... 분위기 좋은 PC방 정도로 생각해."

"커피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안 마신단다.

"음... 나 커피 잘 안 시키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컴퓨터만 하다가 오는거야. 예전에 스터디 같은 거 할 때는 애들 거 뺏어먹고 그랬지." 

한국의 스타벅스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질문을 받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스타벅스를 다른 사람을 만나는 장소보다 자신만을 위한 장소로 생각했다. 의외였다. 원래 커피숍, 다방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였는데 말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고급스러운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점과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스타벅스의 매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미국에서는 비싼 커피 스타벅스가 값싼 커피 메이커에 밀려 고전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슐츠 회장이 지적한 스타벅스의 매력이 충분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비싼 커피값은 좀 너무한 것 같다. 선진국보다 1.6배나 비싼 수준이니 한국이 봉이라는 소리가 나올만 하다. 게다가 한국 스타벅스 매출의 5%를 미국에 로열티로 줘야 한다는 것도 커피맛을 쓰게 만드는 부분이다.